2010/11/04 00:22

할라페뇨병 #_Meditaion






  




 무거운 한숨들로 잠 못드는 밤이 자꾸만 많아지고, 며칠밤을 술에 기대어 잠을 청할 때가 있었다. 의미없는 낮과 그만큼 의미없는 밤들의 연속. 맥주를 따고, 할라페뇨 병을 집어 들었다. 뚜껑을 열려고 아무리 노력해봐도 나를 한참이나 비웃었던 세상의 표정으로 꼼짝을 하지 않는 할라페뇨병을 보면서, 나는 또 괜한 곳에 오기를 부리고 싶어진다. 너만 이기면 세상을 이길 수 있기라도 하다는듯이. 너를 열지 못하게 되면 기필코 깨뜨리기라도 할 기세로. 그렇게 십분을 낑낑대며 앓았을까. 퍽하고 뚜껑이 돌아가며 쏟아져 나온 시큼한 국물을 보기좋게 뒤집어쓰고 나는 한참 동안이나 멍하니 그자리에 서있었다. 그리고 터져나온 차라리 웃음에 가까운 오열. 세상의 모든 피클병과 할라페뇨병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기가막힌 타이밍에 우리를 무너지게 할 수 있는 것일까. 왜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냐며, 그리고 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는거냐며, 이깟 할라페뇨병 따위라, 나는 더 화가났다. 나는 이깟 병뚜껑 하나에도 휘청휘청 흔들리고 마는 사람. 무거운 한숨이 아니라 온 몸에 뒤집어 쓴 국물 조차 감당할 수 없는 사람.
 
그때 너를 성공했다면 어땠을까. 정말 세상을 이긴 것처럼 행복했을까. 아니, 달라지긴 했을까.
 



_유난히 잠 못들어 뒤척이던 그 여름의 자정을 생각하며



















덧글

  • 2010/12/29 01:01 # 삭제 답글

    허어 ㅠㅠ 찡하다.. 그 장면 생각나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이 피클 병따다가 신에게 막 거의 울다시피 짜증내던 장면 ;ㅂ; 이런거 하나라도 맘대로 하게 해줘야할거 아니야!!!! 하면서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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